
트렌치코트를 입어보지는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트렌치코트가 본래는 군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트렌치코트는 단순한 클래식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20세기 초 영국 군복에서 시작된 실용적인 의복이다. 전쟁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탄생한 구조와 디테일은 오늘날까지도 유지되며 현대 패션 속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트렌치코트의 유래와 군사적 디테일,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이 트렌치코트를 선택하는 이유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트렌치코트의 유래
트렌치코트의 시작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참호전, 즉 ‘트렌치(trench)’에서 비롯된다. 당시 병사들은 비와 진흙, 차가운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고, 기존의 두꺼운 울 코트는 무겁고 건조가 느려 실전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방수성과 활동성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군용 외투가 필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개버딘(gabardine)이라는 방수 원단이 사용되었고, 이는 트렌치코트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게 된다.
특히 영국 브랜드 버버리는 개버딘 원단을 활용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군용 코트를 제작하며 트렌치코트의 원형을 완성했다. 이 코트는 장교들에게 지급되었고, 계급과 권위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도 기능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 군인들이 일상복으로 트렌치코트를 착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확산되었고, 이는 영국 신사 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영국 특유의 습하고 변덕스러운 기후 또한 트렌치코트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잦은 비와 바람을 막아야 했던 환경은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디자인 철학을 만들었고, 이러한 실용성은 트렌치코트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필수 아우터’로 자리 잡게 했다. 즉, 트렌치코트는 패션보다 생존과 효율을 먼저 고려한 결과물이었다는 점에서 그 유래가 매우 독특하다.
트렌치코트의 군사적 디테일
트렌치코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사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진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아직까지도 곳곳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요소가 견장(에폴렛)이다. 견장은 원래 군 계급장을 고정하거나 장비를 걸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전투 중 실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오늘날에는 장식적인 요소로 인식되지만, 그 기원은 매우 현실적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나 실제로 군복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는 디테일이다.
또 다른 핵심 디테일은 허리 벨트다. 벨트는 단순히 실루엣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몸에 밀착시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장비를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D링이라고 불리는 금속 고리는 수통이나 지도 케이스 등을 걸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이는 전쟁 상황에서 빠른 이동과 효율적인 장비 관리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더블 브레스티드 구조 또한 군복에서 유래한 특징이다. 단추를 이중으로 배치해 보온성과 방풍 효과를 높였고, 비가 올 때 빗물이 안쪽으로 스며드는 것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레인 플랩과 건 플랩 같은 디테일은 빗물이 어깨와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였다. 이러한 디테일 하나하나는 장식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을 가진 기능적 설계였다는 점에서 트렌치코트의 가치를 높여준다.
트렌치코트를 입는 이유
트렌치코트는 이러한 역사적, 군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옷이지만 현재까지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트렌치코트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유효한 기능성과 디자인 때문이다. 먼저 계절 활용도가 뛰어나다. 봄과 가을은 물론, 이너에 따라 초겨울까지 착용할 수 있어 실용성이 매우 높다. 이는 영국 군복에서 시작된 ‘다양한 환경 대응’이라는 기본 개념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트렌치코트는 체형과 성별을 크게 가리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스트레이트한 실루엣과 조절 가능한 벨트 덕분에 누구나 깔끔한 인상을 연출할 수 있으며, 캐주얼부터 비즈니스룩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이는 현대 패션에서 중요한 ‘범용성’을 충족시키는 요소이다.
무엇보다 트렌치코트는 유행을 타지 않는 상징성을 지닌다. 전쟁, 영화, 패션을 거치며 축적된 스토리는 옷에 깊이를 더해주고, 단순한 외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클래식한 아이템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트렌치코트를 선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트렌치코트는 과거의 군사적 필요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실용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결론
트렌치코트는 영국 군복에서 시작된 실용적 의복이 시간이 흐르며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군사적 디테일과 기능적 구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이러한 이유로 트렌치코트는 지금도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아우터를 찾고 있다면, 트렌치코트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앞으로 트렌치코트를 입거나 보게 된다면 이러한 군사적인 유래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디테일들을 살펴보는 것은 패션과 관련해서 좋은 태도이자 방법이다.